“급전이 필요하신가요? 선불폰 개통 시 현금 지급합니다. 신용불량자, 회생자, 미납자, 연체자 누구나 가능!”
발길에 채이는 전단지 같은 데서 흔히 보는 광고다. 온라인 시대 트위터, 페이스북과 같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도 흔하다. 선불 유심을 가져다 주면 그 자리에서 현찰 5만원을 주겠다는 제안이다.
선불폰(선불유심)은 일정 금액을 미리 충전한 만큼만 쓸 수 있는 휴대폰이다. 알뜰폰(MVNO)통신사를 이용하면 1인당 최대 4개의 번호를 개통할 수 있다. 알뜰폰 통신사만 70여개가 넘는 요즘, 한 사람 명의로 수십~수백 개의 번호를 개통할 수 있다. 큰 힘 안들이고 요긴한 목돈을 손에 쥘 수 있는, 일종의 ‘현금자판기’다. 설정된 금액만큼만 쓸 수 있으니 ‘요금 폭탄’ 걱정도 없다. 다만, 그렇게 개통한 번호가 어디에 쓰일 지에 대해선 눈 감아야 한다.
신용불량자 정금자(가명)씨도 그랬다. 광고 전단지에 적힌 연락처를 보고 만난 김모(41)씨는 능수능란했다. 별 의심 없이 선불폰(선불유심)을 잘 내놓는, 흔히 ‘잘 뚫린다’는 대리점 몇 곳을 딱 찍어줬다. 김씨 스스로가 통신사 대리점을 운영했으니, 절차나 방법에 정통했다. 김씨가 찍어준 매장에 가서 4개의 선불폰을 구입, 개통한 것이 확인되자 그 즉시 ‘개당 5만원씩, 20만원’이 정산됐다. 정씨는 그 뒤 급전이 필요해질 때면 몇 번 더 김씨를 찾았다.
액수가 적어도 돈이 급한 사람엔 돈 자체가 기쁨이다. 몇 번 다녀갔을 뿐인데, 어느 샌가 정씨 명의의 선불폰(선불유심)은 무려 200개에 육박하고 있었다. 선불폰(선불유심) 특성상 개통할 때 알림이, 월말에 요금 고지서가 오는 것도 아니었다. 그렇게 만들어진 정씨 명의의 선불폰, 일명 ‘대포폰’은 조직폭력배, 불법 대부업자, 인터넷 도박업체 운영자 등의 손으로 넘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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