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가입자 400만명을 돌파한 선불폰이 지금과 같은 성장세를 유지할 수 있을까. 상당수 통신업계 관계자들은 성장세가 계속되기는 어렵다고 말한다. 선불폰 회사들의 사업모델이 바뀌지 않는 한 가입자 증가도 제한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가격 경쟁력만 앞세운 상품 구성 ▲음성통화와 선불폰 위주의 특색 없는 사업 행태 ▲소규모 업체 난립 ▲지나친 대형 통신사 종속 등을 문제로 지적하고 있다.
한 대형 선불폰 업체 관계자는 10일 “약정기간(2~3년)을 채우고 해지하는 고객들이 본격적으로 생겨나면 선불폰 가입자수 증가세가 꺾일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7.8%인 시장점유율이 10% 선까지 올라간 뒤, 정체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선불폰의 향후 전망이 밝지 않은 이유로는 업체 규모가 영세해 단말기 수급 등에서 어려움을 겪는다는 점이다. 휴대폰 제조사를 상대로 일정 대수 이상을 판매한다는 보증을 해야하는데, 기업 규모가 영세하다보니 제조사들이 기피할 수 밖에 없다는 것. 단말기 지원금도 문제다. 칼럼 듀어 세계이동통신사업자협회(GSMA) 연구원은 “가입자 유치를 위해 단말기 확보와 지원금이 중요한 한국에선 선불폰 업체의 성장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대형 통신 계열사들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8월말 기준으로 SK텔링크(16.3%), KTIS(1.4%), KT파워텔(1.5%), KT텔레캅(0.5%), 미디어로그(LG유플러스 계열사·0.6%)의 시장점유율 합계는 20.4%다.
선불폰 시장이 커지면서 이들 회사들은 모기업의 단말기 수급 능력을 활용, 고객확보에 나서고 있다. 지난달 말 출시된 중국 화웨이 ‘X3’는 LG유플러스가 화웨이와 접촉해 공급 계약을 맺은 뒤, 이를 미디어로그에 제공하는 방식을 택했다. 한 선불폰 업체 대표는 “통신 계열사는 모회사의 유선인터넷·인터넷TV(IPTV)와 결합상품을 내놓는 등 여러 ‘카드’를 쥐고 있어 계속 점유율을 늘려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음성통화와 선불폰 위주의 단순한 상품 구성도 문제다. 우체국 유통망 의존도가 높은 기업들은 상당수 고객이 초저가 선불폰 가입자라 투자 여력이 부족한 문제를 안고 있다.
무선데이터만 제공하거나 사물간 통신 등 기업간거래(B2B)에 특화된 업체들을 육성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박홍진 KT경제경영연구소 연구원은 “일본의 경우 저가 데이터 전용 통신 등 상품 구성이 다양해진 것이 선불폰의 성장을 이끌었다”며 “국내도 다양화된 서비스를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내년부터 통신발전기금, 전파사용료를 내야 하는 것도 암초로 꼽힌다. 2012년 정부와 국회는 올해까지 통신사와 방송사가 부담하는 통신발전기금과 전파사용료를 유예키로 했다. 업계는 선불폰 업체가 전파사용료로 가입자당 월 400원 내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가입자 25만명을 가정할 경우 1년에 12억원의 부담이 발생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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